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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인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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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2021.11.04] [글로컬 오디세이] 인도의 ‘한류’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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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회학 전문가가 바라본 인도에서 부는 '한류'
글로컬 오디세이_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상연진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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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인도 한국문화원은 매년 ‘LG 케이팝 경연대회’를 주최해왔으며, 2019년 대회(사진 왼쪽) 이후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ICC T20 월드컵에 참가하는 인도 크리켓 대표팀이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달고나 게임을 체험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LG전자(왼쪽)/ICC 인스타그램(오른쪽)


인도에서 한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한류가 유일하게 영향을 끼치지 못해 한류의 불모지라 여겨지던 인도에서 드디어 ‘코리안 웨이브’ 열풍이 시작한 것이다. 이는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 코로나로 인한 OTT 서비스 미디어 시청 증가, 그리고 인도의 새로운 중간계급 확대와 같은 요인들의 시너지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한류 유행이 이전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인도인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과 흡사하게 생긴 몽골 계통 인종인 북동부 지역 사람들은 아리랑 TV 방영으로 한국 문화에 깊이 매료됐다. 한국 드라마와 배우, 가수, 음식, 패션,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강한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중고 의류, 음식점, 한류 팬덤 문화 등 한국과 관련된 비즈니스도 이 지역에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동부 지역 중심의 한류 유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인도의 본토와 약 22km의 좁은 영토로 연결된 외진 지역이며, 이 지역 사람들은 인도에서 ‘인도 안의 외국인’ 혹은 외부인으로 취급당하는 소외된 민족들이다. 또한, 이 지역만을 바탕으로 한류 유행을 주도하기에는 북동부 지역의 낮은 경제적 수준으로 인해 소비 시장으로서의 매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의 영향력이 그동안 인도 본토에서는 미미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문화적 수용이 문화적 근접성에 따라 많이 좌우되므로 인종, 가치관, 문화와 관습, 종교 면에서 유사성이 낮은 한국 문화가 본토 인도인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을 수 있다. 두 번째로 대다수 인도인은 자국의 문화적 전통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편이므로 이질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낯선 문화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언제나 인도 문화와 융합시키는 형태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인도 영화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점유율이 매우 낮은 편이고, 외국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인도에 입점하더라도 그 맛은 인도 음식과 퓨전된 형태로 나타난다. 외국 문화를 거부감 없이 그대로 수용할 수 있었던 계층은 매우 극소수의 엘리트 계층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문화 접속 시간이 증가하고, OTT 서비스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도 본토에도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와 아마존보다는 못하지만 한국 콘텐츠가 많은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사랑의 불시착」, 「오징어 게임」이 인도 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BTS가 인도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유튜브 영상은 젊은 인도인들이 BTS에 마음을 뺏기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셜미디어, 그리고 OTT 미디어 서비스 이용이 한국 콘텐츠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에는 해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낮았던 인도인들이 왜 이제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인도의 중산층, 특히 신 중간계급이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종종 전통과 현대적 개념의 이분법적 구분 없이 양립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다양한 민족, 지역, 카스트, 계층의 집합체인 인도인들을 하나로 묶어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고 모던하고 서구화된 사고방식을 모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층은 인도의 중간계급을 비롯한 엘리트 계층이다.

따라서 한류를 소비하는 계층 역시 주로 도시에 살고 고소득 직종의 중산층, 혹은 젊은 층인 신 중간계급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 집단은 1991년 인도의 경제자유화를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하거나 혹은 이때를 전후로 태어나 근대적, 서구적 가치관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집단이다. 연애, 결혼관에 있어 매우 개방적이고 해외 미디어에 접근성이 높아 서구적 문화에 익숙하다. 동시에 부모에 대한 효와 가족애를 중요시하고 웃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을 갖추는 인도의 전통적 가치관 역시 고수해야 한다고 여긴다. 한국의 청년·중년층과도 매우 비슷한 가치관이다. 앞으로 이 집단이 인도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 예측해 본다면 한류 콘텐츠의 성장과 함께 인도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계속해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세계 시장에서 인도의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인도와의 교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인도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도 후진국과 관련된 부정적 편견에서 비롯된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탓이 크다. 이질적 인종, 문화, 관습, 가치관 때문에 한국인과 유사성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인도의 젊은 층을 비롯한 신 중간계급과 우리나라의 청년층과 장년층의 가치관은 비슷한 면을 지닌다. 연애, 결혼, 소비관에서의 진취적 라이프스타일에서부터 공경, 예절, 상하 복종과 같은 전통적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면까지 닮아있다. 그리고 앞으로 인도의 신 중간계급 확대와 함께 양국 시민들의 가치관은 점점 더 접점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인도에서 한류의 유행을 일방향적 관심이라고만 여기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이제 인도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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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진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 자와하랄 네루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 분야는 인도의 계급, 젠더, 힌두민족주의이며, 주요 연구로는 「힌두민족주의의 무슬림 소외화」(2021) 등이 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